2016.2.12 ~ 2017.2.24
1년 동안 아일랜드라는 낯선 나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삼십대 중반, 이제 막 직장 생활 10년 차 되는 해의 이야기 입니다.
떠나게 된 계기를 이야기 하자면, 첫 글 치고 글이 많이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 생활이 별로 재미있거나 행복하지 않았고,
삼십대 중반이 되었는데도 삶은 그리 안정되지 않았고,
자기 성장은 멈춘지 오래 되었고,
조국이 (정말이지 지긋지긋하게)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다 때려치고 떠날 용기도 없어, 아침마다 영혼을 벗어 차곡차곡 개어 침대 위에 눕혀놓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그 사이 의도적 태업을 일삼아 짬짬히 나갈 준비와 영어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극히 소심한 탈출 시도입니다.
유학원에 등록해, '안 될지도 모른다' 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까다로운 서류 준비와 인터뷰를 해내고
마침내 2016년 1월 직장으로부터 연수휴직 허가를 받아내게 됩니다.
출국까지 딱 한 달, 정신없이 짐 싸고 준비를 해 떠난다는 실감도 없이 낯선 나라에 떨어진 지
오늘이 딱 2주 째 되는 날이네요.
예전에도 게으르게 가끔씩 블로그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마음 먹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걱정도 불안도 많은 성격이라 떠나기 전 숱한 블로그 글들을 뒤져보았습니다만, 마음에 꼭 드는 글도 별로 만나지를 못했고,
많은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한편으론 종종 '저게 정말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유학원에서 올리는 어학연수와 관련된 글들은 제가 정말 그렇게 지긋지긋해 하던 조국의 감성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더군요.
'간절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이런 어조로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글들,
또는 마치 수능시험 정복기와 같은 투로 조목조목 행동지침을 제안하는 글들,
이런 글들 모두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뭐든 해야 할 것만 같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게으르면 금방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글들.
이런 마음으로 어학연수 기간동안 생활하게 된다면, 그렇게 애써서 떠날 이유가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툴지만 꾸준히 이곳 생활을 기록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하고 싶은 말을 공들여 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이 모든 과정이
한국에서 제가 소중하게 여기며 가꾸던 제 삶과 다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조급해지지 않게, 겁내지 말고 천천히.
또 우연히 제 글을 발견할지도 모를, 수많은 '소심한 탈출' 을 꿈꾸는 이들에게 부족하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아일랜드의 서남쪽 작은 도시 리머릭 입니다.
University of Limerick 의 랭귀지 센터에서 Year Round Course, TEFL Course 를 1년 등록했어요.
학기가 2월 29일 월요일부터 시작인데, 저는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 2주 먼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일주일, 그리고 이곳 리머릭에 도착해 벌써 열흘 남짓한 시간을 보냈네요.
이곳 생활에 적응하며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천천히 하나씩 적어볼게요.
많이 부족하겠지만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기를.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