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수업의 고충. 어학연수


얼마 전 어학원 수업 관련해 글을 올렸을 때와 상황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처음 코스 시작해 Upper Intermediate 클래스에 배정 받아 한 달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봤는데,
바로 Advance 로 반을 옮기게 되었다.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학원에 이렇게 높은 반을 만드는 건 아무래도 흔치 않은 일이었나보다. 나처럼 높은 클래스에 들어와 1년이나 장기로 배우고 가려는 학생은 처음이라고 한다.

반에는 나랑 차드 친구, 브라질 여자애 이렇게 셋 뿐인데 새롭게 우리를 가르치게 된 선생님 한 명이... 아아...

수업시간마다 "자본주의는 결함은 있지만 훌륭한 체제이며 맑스의 위험한 사상 덕분에 수백만의 목숨이 사라졌다" 또는 "페미니즘은 일종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는 등의 발언을 일삼는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옮기기 바로 직전의 선생님은 훌륭한 페미니스트이자 활동가였는데, 이 무슨 사변이란 말인가...

얼마 전에는 육아 얘기를 하며 "나도 애들 기저귀 다 갈아줘봤지만, 역시 여자가 더 잘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라며 모성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물론 반박했지만 당연히 소용없었다. 한 번은 It's just so you." 라는 표현을 배우며 이런 외모에 대한 칭찬은 여성들이 주로 쓰며 남자들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젠더 롤 강요하지 말라고 하니 현실을 받아들이란다. 내가 반을 바꾸던 첫날은 자기가 북한에 대해 흥미가 있다며 르포를 읽은 적이 있다고 나에게 자꾸 북한에 대해 물어봐서, 나도 독재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고 화제를 애써 바꿨는데. 이게 시작이었던 셈이다.

한 번은 수업에 그다지 잘 나타나지도 않는 브라질 여자애가 또 이 교수랑 자본주의를 가지고 공방을 벌이길래 짜증이 나, '어차피 말해봐야 평행선이니 무의미하다. 그만 뒀으면 좋겠다.' 고 하니 왜 그렇게 극단적이고 꽉 막혔냐고 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결국 이런 문제가 꼭 나타나고 마는 것 같다. 정치, 종교, 사회, 젠더 문제 등 예민한 주제가 나오면 '당연히'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충돌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결국 언어는 소통의 도구에 불과하니까. 어학원의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심지어 같은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절대 말 섞지 않았을 법한 외국인과 영어로 번번히 논쟁을 벌이고 감정을 소진당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내 돈 들여 듣는 수업에서, 진짜 감당하기 힘들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대학부설 어학원 이면서도 몇몇 수준 미달의 교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말 그대로 게으른 수업을, 의욕 없이 이끌어가는 몇몇 선생들에 대해 학생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컴플레인 조차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조차 권리를 보장 받으려면 싸워야 하는 건가... 솔직히 좀 피곤한 생각이 든다. 물론 훌륭한 선생님들도 정말 많고, 나날이 새롭게 배워가고 있지만 정말 이런 일부 교사들은 어떻게든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생각이 많아진다.


덧글

  • 2016/05/10 10: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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