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결국 수업 중 한 바탕 언쟁이 오고갔다.
범죄에 관련된 챕터를 공부하는 중이었는데, 마약 중독에 대해 언급하며, 마약 중독자들 (Junkie 라는 단어를 말했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으니 이들을 일반인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인권이 있으며, 그들의 인권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마약 중독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되는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말하니, 그건 너무 naive 한 의견이라고 한다. 그들의 인권을 인정해야 한다면, 그들로부터 위협받는 일반인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할 거냐고 되물어왔다. 나는 정말... 그냥... 기가 막혔다. 자기는 그나마 굉장히 중립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다시 언쟁이 시작되었다.
"You always pretend to be moderate, but you're not. You have an extremely strong opinion, too. Do you think this argument is really fair? No, it will never be fair because you own your language but I'm not. It's totally unfair. I can hardly express 30% of my opinion because of language barrier. Your opinion only enforce prejudice and also against the human right. You mentioned about 'Junkie', you should be careful use that word in class."
전보다 훨씬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예상한대로 상대방은 전혀 지지 않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코너로 몰아 넣으려 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 마음은 전혀 지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나마 굉장히 자랑스럽다.
얼마 전에는 다양한 형용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상생활의 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혹시 이런 단어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그저 자기 지식을 과시하려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는 식의 표현을 했다. 나는 이 말 또한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언어를 쓸 때 좀 더 적확한 뜻의 단어를 골라 표현하려고 애쓰는 게 그렇게 쓸모없는 일인가? 정말 그게 그렇게 쓸모없는 일이며 일상생활의 소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까지 와서 어학원에 왜 다니는지? 집에 가서 랩탑 끼고 프렌즈나 돌려 보며 회화나 연습하지. 언어를 가르친다는 자가 저렇게 언어에 무감각해서야. 정작 이 사람의 가르치는 방식을 살펴보자면, 레슨 플랜 없이 워크시트 들고 와 숙제 내주고 답 체크하는 동안 자기는 뉴스 검색해서 보고, 자기 관심사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고 자기 의견을 줄줄 늘어놓으며 우리가 모를 것 같은 단어가 나오면 칠판에 적는 것이 다이다. 본인의 의견은 정확한 형용사와 이디엄, 수사를 사용해 표현하면서 학생들에게는 형용사 공부가 show off 에 지나지 않는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교육철학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하도 기가막혀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Are you okay? You don't look happy today." 하길래, "I'm not happy, but I'm still okay." 하고 대꾸하고 말았다.
이 문제로 같은 반의 아프리카 차드에서 온 친구에게 조언도 구해보았는데, 이 친구야 말로 자기가 제일 존경하는 넬슨 만델라와 꼭 닮은 친구라, 나에게 "You should listen to your enemy." 라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넬슨 만델라가 아닌걸... 나는 이 친구만큼 참을성도 없고...
결국 좋아하는 선생님이자 페미니스트이고 활동가인 Zoe 에게 상담을 신청해 오늘 잠깐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 우울해 정말 오랜 고민 끝에 털어놓기로 하고 간 것이었는데, 사실 나도 답을 원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분명 이 사람과의 견해 차이로 많이 갈등을 겪었으리라 짐작이 되기 때문에. 다만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실질적으로 조언해준 것은
1. Deep breathing
2. Drinking pints
였다. 하하하..... 울고 싶어라...
다만 남은 열 달 동안의 어학원 생활에 대해 큰 조언을 얻은 게 있다면, 지금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앞으로 어학원에서 영어 수업만을 듣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대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문학이나 페미니즘 공부를 좀 더 해보라는 거였다. 말 그대로 그냥 단지 Learn English 가 아니라 Learn through English 하라는 것. 당장 6월까지는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6월 말의 IELTS를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름 기간동안에는 ICT 라는 티칭 테크놀로지 강좌와 TEFL introductory 코스가 있으니 분명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나는 내가 완벽하지는 못해도, 주어진 상황에서 언제든 최선을 다하고 옳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이끌려 애를 쓰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게 나의 희망이다.







최근 덧글